한국근대문학관 3존 (1919~1925)
근대문학, 본격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현실에서 발견하다
1919~1925 / 청년 시인들, 감상적 비애와 좌절을 토로하다
1920년대에는 3 · 1운동 실패로 인한 좌절감과 현실 도피 의식을 표현한 감상적 낭만주의 시가 주로 창작된다
이상화 · 홍사용 · 박종화 · 박영희 · 김기진 등은 동인지 「백조」에서 영탄적 어법으로 슬픔과 좌절 · 파멸과 죽음에 대한 감상적 동경을 주로 노래했다
이런 경향에는 3 · 1운동 실패 이후, 보다 나은 미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식민지 조선시민의 좌절감과 불안한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었으므로 청년 특유의 과잉된 정서도 여기에 작용했다
흑방비곡 · 상화와 고월
박영희의 「월광으로 짠 병실」(1923) · 박종화의 「흑방비곡」(1922) · 「사의 찬미」(1923) 등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몽환적이며 감상적인 꿈의 세계를 담아 노래한 시들이다
백조 창간호 · 2호 · 3호
「백조」발간과 운영에 주도적 역활을 한 홍사용도 슬픔과 감상적 정조를 노래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왕이로서이다」(1923)에서 보여지듯 무작정 현실도피로만 흐르지 않고 민요에 바탕을 둔 리듬과 민중 정서에도 주목했다
나의 침실(寢室)로 / 이상화
백조의 한계를 돌파하고 근대 자유시의 새로운 전형을 창조한 시인으로는 단연 이상화가 손꼽힌다
그는 「나의 침실로」(1923)를 통해 동굴과 밀실로 대표되는 새 생명의 세계를 자유로운 리듬과 형식 속에 담아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이후 이상화는 자기 시의 감상주의적 경향을 극복하며 이 시대의 가장 빼어난 시로 평가되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을 발표했다
이상화는 이 작품에서 식민지로 전락한 민족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과 비판을 기초로 해방된 민족의 미래를 정열적으로 노래했다
이 책은 「백조」가 가졌던 사상적 · 미학적 한계를 단숨에 극복했고
이후 한국 시의 내용과 형식 · 사상과 이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범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사의 예찬 / 박종화
퇴폐적 낭만에서 현실에 대한 눈뜸으로
사의 예찬의 보라색 문장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파란색 문장을 비교하며 감상해보세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두 시인의 감정과 생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흑방비곡(黑房秘曲 박종화 · 조선도서(주) · 1924년 초판 · 1922 첫 발표)
「사(死)의 예찬」은 박종화의 시집 흑방비곡(黑房悲曲)을 대표하는 시이다
상화(尙火)와 고월(古月) (백기만 편 · 청구출판사 · 1951 · 1923 첫 발표)
이상화와 이장희의 시편들을 수록한 시집으로 상화는 이상화 · 고월은 이장희의 호를 가리킨다
이상화의 시편은 16편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의 침실(寢室)로」등이 있으며
이장희의 시편은 11편으로 「동경(憧憬)」 · 「봄은 고양이로다」 · 「청천(靑天)의 유방(乳房)」등이 있다
근대문학, 본격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현실에서 발견하다
3 · 1운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 규모의 대중적 정치 운동이었다
일제에 맞서 우리민족은 독립과 자유를 평화적으로 주장하였다
그 결과 일제는 언론과 출판 · 사상과 이념의 자유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족주의 사상과 함께 사회주의 사상도 널리 확산되었다
1920년대 우리 근대문학에는 이러한 정치 · 문화 · 사상적 상황들이 반영되어 있다
백조(白潮) 창간호
이 시기에는 창조 · 폐허 · 백조 등의 문예지 · 개벽 등의 종합지 · 동아일보 · 조선일보 등의 신문이 창간되었다
이 매체들을 통해 수많은 작품이 발표되고 읽힐 수 있었다
일본 유학생을 비롯한 근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근대문학은 본격적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3 · 1운동을 겪으며 우리 문학은 현실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제가 통치하는 암담한 현실 · 빈궁에 허덕이는 민중들의 삶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소설가로는 김동인 · 현진건 · 나도향 · 염상섭, 시인으로는 이상화 · 김소월 · 한용운 등을 꼽을 수 있다
1919~1925 연표
1919 / 김소월과 한용운 · 전통 정서를 계승하고 사랑의 윤리를 호소하다
김소월과 한용운은 한국인의 정한과 사랑의 윤리를 우리말로 풍부하게 표현했다
그럼으로써 동시대 감상주의적 낭만주의의 폐해와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하는 한편 자유시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소월시초(素月詩抄 김억 편 · 박문서관 · 1939)
김소월은 '님'과 '집', 길을 매개로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아픔과 정한을 이해하기 쉽고 익숙한 생활 언어로 풀어냈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전통적 민담을 소재로 식민지시대 우리 민족의 삶을 개성있게 노래했다
김소월은 특히 전통적 민요 가락에 기초를 두면서도, 우리 정서와 리듬에 잘 어울리는 자유시를 창작하였다
김소월의 시는 이후 한국 시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먼 후일」(1920) · 「진달래 꽃」(1922) · 「산유화」(1924) · 「초혼」(1925)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진달래꽃 (김소월 · 개벽사 · 1922)
먼 후일(後日) / 김소월
님의 침묵(한용운 · 회동서관 · 1926)
한편 한용운은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식민지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탁월하게 형상화하였다
그는 '님'을 향한 애절한 사랑과 떠나버린 애인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내용에 '님'과의 합일을 위한 불교적인 열망을 담아 노래했다
이를 통해 부처님은 물론 빼앗긴 조국과 사람을 '긔루는(그리워하는)' 우주적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우리 시의 새로운 내용으로 확립했다
「님의 침묵」 · 「나룻배와 행인」 · 「알 수 없어요」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모두 1926년 간행된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되어 있다
님의 침묵 / 한용운 · 한성도서(주) · 1934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김소월 작품 노래로 들어보기
여러 곡 중 「부모」를 골랐다
유주용 · 양희은 · 조영남 세 가수가 뜬다
원곡 유주용 노래로 들어본다
1919~1925 /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뜨고 근대소설의 기틀을 마련하다
3 · 1운동 직후 1920년대 초반의 문학은 「창조」 · 「백조」 · 「폐허」등의 문예지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된다
문예지 발간을 주도한 작가들은 대부분 일본 유학생들로 근대적 학교교육을 받은 신지식인들이다
이들은 문학을 계몽의 도구로 인식했던 이광수와 달리 문학이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 자율적 존재로 인식했다
이 시기 대표적인 작가로는 창조의 김동인과 백조의 현진건 · 나도향 그리고 폐허의 염상섭을 들 수 있다
감자 / 김동인 · 한성도서(주) · 1935
김동인은 과거 시제 및 과거형 종결어미, 3인칭 대명사 등을 소설의 문장에 도입하여 근대소설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는 「마음이 옅은 자여」(1919) · 「배따라기」(1921) · 「감자」(1925) 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음이 옅은 자여 / 김동인 · 창조사 · 1920
또한 김동인은, 예술가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예술지상주의의 입장에서
소설 속의 인물도 인형을 조종하듯이 마음대로 부려야 한다는 '인형조종술'을 주장했다
「감자」의 '복녀' 역시 그렇게 창조된 주인공이다
빈처 / 현진건 · 한성도서 · 1948 · 1924 첫 발표
현진건은 「빈처」(1921) · 「운수 좋은 날」(1924) · 「고향」(1926) 등을 통해
식민지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과 노동자 · 농민의 궁핍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현진건단편선 / 현진건 · 박문서관 · 1941
적절한 시점의 사용과 '아이러니' 기법을 통해 주제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근대 단편소설 미학의 확립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이러니 기법은 「운수 좋은 날」에 잘 구현되어 있다
물레방아 / 나도향 · 조선일보사 출판부 · 1938 · 1925 첫 발표
나도향은 초기에는 감상적 낭만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벙어리 삼룡이」(1925) · 「물레방아」(1925)에 와서는 신분의 상하 관계에서 오는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다룬 「지형근」도 대표작이다
청춘 / 나도향 · 조선도서(주) · 1927
만세전 / 염상섭 · 고려공사 · 1924 · 수선사 · 1948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를 거쳐 「만세전」(1924)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근대소설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는다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3 · 1운동 좌절 이후 암담한 현실에서 이상적인 공동체를 동경하는 괴짜 지식인의 비애를 다루었다면
「만세전」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만세전」은 일본 도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지식인의 여행 과정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런 여행 경로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형상화해냈다
운수 좋은 날 포토존
「운수 좋은 날」의 시작 부분
위의 사진은 포토 존에서 만든 사진이다
주인공 이인화와 함께 떠나는 「만세전」여행길
1922년 「신생활」에 '묘지'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중편소설로 3 · 1운동 전의 암울한 식민지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이인화)'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여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여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이인화)'는 여행과정에서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조선이 점점 일본화되어 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비참한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뜬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현실과 그 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식민지 지식인 청년의 내면의 변화를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 근대소설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②시모노세키
시모노세키 연락선 대합실 앞에서 검문을 받고 가지고 있던 짐과 물건들을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⑥경성(서울)
남대문역(서울역)에 내려 인력거를 타고 아내가 죽어가는 집에 도착한다
서울에 머물며 식민지가 된 조선의 여러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
요지경을 돌려가며 보다 만든 장면이다
한국근대문학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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